생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깊게 묵상할 수 있게 한,
영일이 아저씨네 이야기를 쏟아내야겠다.
영일이 아저씨는 1급 지체 장애자다.
노총각이 되도록 장가를 몬가고(아니, 안 갔을수도 있겠지만)지내다가 한 10년전 40세쯤의 나이에 장가를 가게 되었다. 영일이 아저씨는 아내를 억수로 많이 사랑을 하는데,물론 남푠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집이 어디 있겠냐만,영일이 아저씨의 사랑법은 참으로 지극하다. 혈압도 있고 뚱뚱한 아내 말례씨의 건강을 위하여 늘 손잡고 동네를 돌며 어김없이 운동을 하러 다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1급 지체 장애인이라, 걸음을 엎어질 것 처럼으로 걸어, 보는 이들의 몸이 비비 꼬이 듯이 봐 진다.동네엔 친척이라고 없어, 우리 농가주부회장님 김순희씨가 늘 돌봐 주니 등받이로 기대고 사는 영길이 아저씨네....
말을 천천히 억지로 하는데, 나는 도무지 알아 듣지 못하지만 김순희씨는 잘 알아 듣는다.
마치 아기가 옹알이를 하는데는 세상 엄마들이 다 알아 듣듯이..
그런 어눌한 발음이래도 영길이 아저씨 부부는 서로 의사 전달이 분명하다.
우리가 웃느라 부부관계는 어떨까 싶었지만,걱정할 일이 아니라고..ㅎㅎㅎㅎ
그럼 아기 낳으면 .........설마하니 아기는 무슨...
10년 가까이 아기가 생기지 않았는데 그럴리야......더 이상의 생각은 기우일 것이라 여기고 생각을 닫아 버리고 지냈었다.
그런데 5월 이 동네 어버이날 행사에 마을회관에 나타나지 않은 말례씨가 웬일일까 싶어서,부부 쌈을 했능가?.워디 삐친 일이 생긴능가?.그람서 김순희씨가 찾아 갔단다.
속이 더부룩 하고, 체한것 같기도 하고,..며칠전부터 소화제를 사 먹고 지낸다고..
혹시나 싶어서 "이 사람아!, 아기 가진거 아녀?"라니깐
"뭔 소리 하닝겨, 요전 앞서 생리 했는데~"그러더라고.
일단은 안심하고........며칠 계속해서 차도가 없자 병원에 위내시경 검사를 하러 갔단다.
결과는 '이상 없음'.......아내가 아프다니, 영길이 아저씨도 시무룩히 길을 다녔다.
암만해도 이상하다 싶어 산부인과에 델꼬 갔더니 임신 7개월이란다.
옴마야~! 이를 워쩐디야.
동네 사람들이 모두 걱정을 하고 난리가 났다. 영길이 아저씨 몸이 그러니 태어날 자식이 걱정 되어서다. 또 말례씨가 혈압이 높아 계속해서 약을 복용했고, 속이 거북하다고 약을 마구 먹었으니 아기에게 영향이 갔을까봐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병원도 걱정하고.... 그럼...최후의 선택은.........생각 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산부인과를 가야할 말례씨를 위한 기도만이 최선책이었다.
결국 말례씨는 선택의 여지 없이 착찹한 심정으로 병원으로 갔다.
그러나 병원측은 말례씨의 건강 때문에 아기를 낳을 수 밖에 없다는.. 뒷 일들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아기를 뱃속에서 키우기로 했던 것이다. 어쩌면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주일전, 말례씨는 제왕절개로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영일이 아저씨! 아기 아빠 되심을 축하 드립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아이구우~차암~~!나~암~사~ 시이러~업게~"그러면서 큰 입으로 웃고 간다.
말례씨는 퇴원하여 이틀 밤을 지내는데,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게 김순희씨 집으로 전화를 한단다.
김순희씨는 늘 영길이 아저씨네를 돌봐 왔기 때문에 자동 바라지를 하게 됐다.
장애인 바라지를 하면 그 값을 주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이들은 전반기에 돈이 다 떨어져서 영일이 아저씨네는 안된다고...그런 법이 워디 있남?. 그럼 아가도 상반기에만 낳고 후반기에는 못 낳겠네...달리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싶어 면사무소 복지과에 전화를 했다. 자활후원회인가, 머신가로 따로 나갔다고......도대체 뭔 말인지 나도 모르겠다.
담당자가 알아 본다고 그랬으니 기다려봐야지.
말례씨는 아기가 울어도 급히 전화를 한단다. 자다말고 잠옷 차림으로 뛰어가 보면 산모와 아기가 같이 울고 있고, 영길이 아저씨는 옆에서 눈물 글썽이고 앉아 있단다. 또 어젯밤에는 아기가 이상하다고 전화가 왔길래,뛰어 가 보니 딱국질 하는 아기를 보고 놀라서 겁을 먹었던 모양이다.
말례씨는 땀이 범벅이 되어 땀띠가 온 몸에 돋아 있고 우는 아기를 달래지 못해 엄마인 자기도 엉엉 울다가 바라지 하는 김순희씨를 보며"아이고 이젠 더쩡 없니더.더쩡 업써요"하더란다.
"이 사람아~ 엄마가 더쩡 없으면 누가 더쩡있겠노?. 자꾸 울면 내 안온데이"그랬더니 울음 그치고 있더라고........참으로 딱한 일이다.
암만해도 아빠나 엄마가 아기를 키우지 못하지 싶어, 말례씨 큰시누가 아기를 입양할까 하여 출생신고를 미루라고 그랬다가 산모가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더라고..
암만 장애인이지만, 그래도 열달 뱃속에서 키워 세상 밖으로 낳았는데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퉁퉁 붓도록 울자면 그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오늘 말례씨 혈압이 자꾸 높아져 김순희씨가 입원을 시켜 놓고 왔다.
아기는 영길이아저씨 한테 잠깐 보고 있어라 그러고,
내가 나가보니, 참 말이 아니다.
엄마인 말례씨는 입원하고 있고, 아기는 김순희씨 집으로 데려와 눕혀 두고, 영길이 아저씨는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세 식구가 다 따로 떨어져 지낸다.
아기가 어찌나 잘 생겼는지, 이뻐서 내가 울 뻔 했다.
"아!..하느님 감사합니다. 이 생명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도 오똑하고, 이마는 조금 튀어 나왔지만(공부를 잘 할겨)열 손가락에 발가락도 열개, 배내짓을 하며 새록새록 잠이 든 아기..두 주먹을 쥐고 기지개를 쭉쭉하며, 동네 아지매집에서 당분간 키워질 요녀석...심청이 생각이 났다.
잘 커야 할낀데...
김순희씨 같은 분과 한동네 살게 된 영길이 아저씨나 말례씨,이 귀여운 아기는 어쩌면 복이 있다.
세상에 친척도 아닌데, 그 모든 걸 자원하여 도와 주는 이가 어디 있겠냐 말이다.
영길이 아저씨는 그저 웃기만 한다.
얼마나 좋을까.남의 아기를 보는 나도 이리 좋아서 미소를 달고 있는데 50세 가까이에 얻은 아기가 어찌 좋지 않겠나..그거야 말해 뭐하랴.내 입만 아프지.
쑥쑥 잘 자라거라 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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